<럼즈펠드가 그린 ‘미군의 미래’ >

2월 3일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의 두 번째 ‘4개년 국방전략보고서(QDR)’가 공개됐다. 첫 보고서는 2001년 9·11 테러 3주 만에 발표된 탓에 이번 QDR는 대규모 테러 시대를 바라보는 럼즈펠드 장관의 국방 구상이 담긴 첫 작품인 셈이다.

이번 QDR는 워싱턴포스트, 조지 W 부시 행정부 전직 관리, 네오콘(신보수주의자), 중도파, 진보파의 혹독한 비판을 받았다. 비판의 요지는 두 가지. 국방비 절감의 절박성을 무시한 채 무기개발 프로그램 축소에 실패했고, 1970년대 개병제 폐지 이후 가장 심각한 지상군 부족에 시달리는 현실에서 장병 확충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일부 비판은 적절해 보인다. 무인항공기 개발, 특수부대 강화, 대량살상무기(WMD) 대응팀 신설, 예산 절감을 위한 해군 공군의 인력 감축 노력이 있기는 했으나 기대에는 못 미쳤다.

하지만 비판 일색의 평가는 좀 지나치다. 이번 QDR에는 감동적이진 못해도 탄탄한 논리가 담겨 있다. 럼즈펠드 장관의 야심작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미래 국방정책을 위한 합리적 토대가 담겨 있는 것이다.

럼즈펠드 장관의 대담하면서도 옳았던 결정을 되짚어 보는 것도 균형 잡힌 판단을 위해서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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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에서 새로운 전쟁의 틀 제시, 전 세계 미군 재편, 해군 공군의 배치 방식 개편, 육군 현대화 방안 지지, 2005년 미국 내 군사기지 일부 폐쇄를 생각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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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군 부족 현상은 이렇게 봐야 한다. 미국은 2003년 이라크전 이후 육군과 해병대를 무리하게 전장에 배치했다. 부대 확충 노력은 2004년까지는 마무리됐어야 했다. 이라크 정치 일정을 고려할 때 주둔 미군의 수가 곧 줄어들 가능성이 크고, 뒤늦게 전력투구하더라도 실제 효과는 2008년 이후에야 나타난다. 훗날 럼즈펠드 장관을 평가할 때 지상군 확충 시점을 놓친 것은 큰 실수로 남게 될 것이다. 그러나 QDR 업적과 비교할 때 이 문제는 작은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무기 개발 중단은 사실상 이뤄진 게 없다. F22 및 F35 전투기, DDX 구축함, V22 항공기, 버지니아급 잠수함은 계속 개발된다. 사업 유지를 위한 예산도 충분하지 않다. 하지만 두 가지 반론이 가능하다.

첫째, F22는 이미 사라진 소련 공군 대응용이지만 중국 공군에 대한 보험용으로 생각할 수 있다. F35도 항공모함에서 발진해 레이더를 피하는 스텔스 기능이 있고, 상대국이 미군 활주로를 공격할 때 좁은 공간에서 발진이 가능하다.

둘째, 변명이 될 수는 없지만 럼즈펠드 장관의 무기 개발 중단 거부는 그만의 문제가 아닌 국방부의 오랜 관행이다. 이번 QDR는 소련 붕괴 후 다섯 번째다. 앞서 QDR를 발표한 딕 체니(1992년), 레스 애스핀(1993년), 윌리엄 코언(1997년), 1기 럼즈펠드(2001년) 등 공화 민주당의 어느 국방장관도 무기 개발을 중단한 적이 없다.

오히려 럼즈펠드 장관은 코만치 헬기, 해군용 저층 미사일 시스템, 육군용 대포 시스템 개발을 중단했다. 그를 ‘평균 이상’으로 보는 게 맞다.

혁명적으로 안보 환경이 변했지만 분명한 것이 하나 있다. 럼즈펠드 장관과 그 전임 장관들 사이에는 탈냉전 시대의 국방정책을 놓고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럼즈펠드 QDR가 그린 ‘미래의 미군’은 빌 클린턴 행정부의 구상과도 규모와 구조에서 흡사하다.

한국도 미군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미국이 2만5000명의 주한미군을 유지하면서 안보 약속에 충실할 것이란 점은 변함없다. 한미동맹은 지난 5년간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이번 QDR는 구체적 문구로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분명히 말하고 있다.[동아일보]

마이클 오핸런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