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미국의 숙명적 꼬붕일까?

한국 WBC대표팀은 16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미국 LA 에인절스타디움에서 벌어진 WBC 8강라운드 일본전에서 이종범의 적시타에 힘입어 2-1으로 승리했다. 8회 2사 2,3루에서 이종범의 적시타가 터지는 순간 한국의 WBC 무패행진은 또다시 이어진것.

그러나 이종범의 적시타에 기뻐한 쪽은 한국만이 아니었다. 한국만큼 웃은 쪽은 바로 야구종주국 미국. 일본이 적은 점수로 이길 경우 8강 탈락이라는 굴욕을 당해야했던 미국에게 이종범은 미국 야구를 살려준 구세주임에 틀림없다. 이제 미국은 멕시코만 이길 경우 준결승에 나가게 됐다.

사실 한국스포츠는 미국과의 맞대결에서 억울한 일을 많이 당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야구 4강에서 심판의 오심으로 결승진출에 실패했으며, 2002년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쇼트트랙에서는 ‘오노사건’으로 김동성의 금메달을 빼앗아갔다. 2년 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는 남자체조에서 폴햄이 양태영의 확실한 ‘골드’를 자기 것으로 바꾸기도. 고비 때 마다 석연찮은 이유로 한국의 발목을 잡은 상대가 바로 미국이었다.

그럼에도 한국은 미국이 고비에 처해있을 때마다 구해주는 역할을 담당했다. 대표적인 사건이 2002년 한일월드컵.

한국이 D조 최종전에서 포르투갈을 꺾지 않았다면, 폴란드에 1-3으로 완패한 미국은 짐을 싸들고 일찌감치 고국으로 향해야할 운명이었다. 당연히 8강 진출도 없었을 터. 미국 입장에서는 박지성의 결승골이 자신들의 득점보다 더욱 값졌던 것이다.

지난 2월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도 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쇼트트랙 남자 500미터 결승에서 오노가 부정출발 의혹을 샀음에도 동메달을 차지한 안현수가 “3위에 만족하며 결과에 승복하겠다”고 전해 오노의 금메달을 인정해줬다. 때문에 오노는 자신의 취약 종목에서 운좋은 금메달을 건졌다.

스포츠 무대에서 미국과의 악연을 간직하고 있는 한국. 그럼에도 우리 선수들은 ‘착하게’ 미국을 도와주고 있다. 그리고 WBC에서 본의아닌 ‘선의’를 다시 베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