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과 결혼한 외국남성들도 자동적으로 국적주자

여성은 ‘출가외국인’ 남편 국적 따르라?

△ 이주노동자의 대부분은 노동권과 거주권이 보장되지 않아 그 가족들까지 불안한 생활의 연속이다. 지난 2월 경기도 안산시내의 한 식당에 모인 코시안 가족들이 기념촬영을 하며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 안산 외국인노동자쉼터 제공.

`코시안.’ 한국인과 아시아 이주노동자의 합성어로, 이들이 합쳐 이룬 가정이나 그 자녀를 뜻하는 말이다.
국내에는 대략 33만여명으로 추산되는 외국인 이주노동자가 있다. 이 가운데 70%가 관광비자나 초청비자, 산업연수생 자격으로 입국해 체류기간을 넘긴 불법체류자다. 하지만 코시안처럼 아시아지역에서 들어온 외국인노동자가 한국인과 결혼해 이룬 가정이 얼마나 되는지 대략적인 숫자조차 추정하기 어렵다. 불법체류이므로 혼인신고를 할 수 없을 뿐더러 단속이나 강제추방을 우려해 신분 노출을 꺼리기 때문이다.
외국인노동자대책협의회 안성근 사무국장은 “재입국비자를 받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가 혼인신고를 하려면 그 동안의 미등록 체류 범칙금으로 400만~500만원이나 내야 하고, 설혹 나간다 하더라도 못들어오는 경우가 많아 불법체류라는 불안한 생활을 그대로 이어가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코시안 가족들이 불법체류라는 딱지를 떼려면 이주노동자가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적법에는 외국인이 한국남성과 결혼할 경우 자동으로 국적을 취득할 수 있지만 한국여성과 결혼해 국적을 얻으려면 귀화라는 절차를 밟도록 하고 있다. 안 국장은 “말이 좋아 귀화 절차이지 제3세계에서 온 노동자에게는 먼 이야기”라고 말했다. 3천만원 이상의 재산이 있음을 증명해야 하고 귀화시험 자체도 외국노동자들에게는 까다로워서 귀화절차를 제대로 밟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안산 외국인노동자쉼터에서 운영하는 `코시안의 집’ 김영임 원장은 “이주노동자들이 받는 3개월이나 6개월 정도의 임시비자로는 자유롭게 취업할 수도 없고 취업하더라도 결국 불법취업자가 돼 결혼생활에 많은 어려움이 뒤따른다”고 말했다.
이래저래 잔뜩 웅크린 채 살아가던 이주노동자 가족들이 최근 문제해결을 위해 직접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 9일 서울 명동성당 앞에서 펼쳐진 안양 이주노동자의 집 `네코가족들의 하루행동’은 현실적 어려움을 참다못한 소수자들의 집단 몸부림이다. 네코가족은 코시안 중에도 네팔인과 한국인이 결혼해 이룬 가정을 뜻하는 신조어다.
행사의 사회를 맡은 문경희(30)·발람 라이(30) 부부는 “우리를 비롯한 상당수 국제결혼 가족들이 불법체류자라는 신분상 약점 때문에 혼인신고조차 못하고 있으며, 수개월 정도의 임시비자로는 불법취업을 할 수밖에 없다”며 “최소한 임시비자의 체류기간을 늘려라도 줄 것”을 요구했다. 지난해 말 수원에서 결혼식을 올린 이들 부부는 “나중에 아기를 낳았을 때 호적을 어떻게 처리할 지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충남 부여의 포장공장에서 만나 8년째 동거해온 정재남(33)·천디람 라이(34) 부부도 불법체류와 불법취업의 꼬리표를 떼지 못한 불안한 나날이기는 마찬가지였다. 남편은 얼마 전 공장 일을 그만두고 양송이재배 등 농사를 짓기로 마음먹었다. 그래도 아내 정씨는 당장 내년에 초등학교에 들어갈 큰 딸의 호적문제가 마음에 걸린다. 넉달 전 남편의 고향인 네팔 보스풀에 가서 혼인신고를 하고 왔지만 국내에서 딸은 여전히 `미혼모의 자식’으로 남아 있다.
안양 이주노동자의 집 이금연 관장은 “결혼해 가정을 꾸린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어떤 고통을 겪고 있는지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할 때”라며 “우리가 첫번째 할 일은 한국에서의 거주권과 노동권을 보장해 가족과 함께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