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의 사람들 누가 다치나

‘부시의 사람들’ 누가 다치나
[중앙일보 2005.10.28 04:44:08]

[중앙일보 김종혁]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를 뒤흔들 ‘시한폭탄’ 폭발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의 신분누설 사건인 ‘리크게이트’와 관련해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의 핵심 측근들에 대한 수사결과 발표가 임박했기 때문이다. 2003년 12월부터 이 사건을 수사해온 패트릭 피츠제럴드 특별검사는 이르면 27일(현지시간), 늦어도 28일엔 관련자 기소에 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28일은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연방 대배심의 활동기간 만료일이다.◆ 누가 다치나=핵심은 칼 로브 백악관 부비서실장과 루이스 리비 부통령 비서실장이 기소될 것이냐다. 로브는 ‘부시의 두뇌’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부시의 측근 중 측근이고, 리비는 체니 부통령의 핵심 참모다. 부시 대통령은 그동안 “누구든 관련자는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해 왔다. 따라서 특별검사가 누구를 기소하든 당사자는 사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뉴욕 타임스 등은 “리비가 기소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위증을 했기 때문이다. 리비는 그동안 특검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이라크전을 비난한 조셉 윌슨 전 이라크 대사의 부인(발레리 플레임)이 CIA 비밀요원이라는 얘기를 기자들에게서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리비에게 플레임의 신분을 알려준 사람은 기자가 아니라 체니 부통령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래서 위증 혐의나 사실 은폐로 인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로브도 기소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로브는 2003년 7월 플레임의 신분이 공개되기 전 친공화당 성향의 칼럼니스트 로버트 노박과 타임의 매튜 쿠퍼 기자를 만났다. 이후 노박은 플레임의 신분을 공개한 칼럼을 처음 썼다.

그의 취재원 중 한 명은 로브로 알려졌다. 그래서 로브에겐 비밀정보 누설 혐의가 적용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로브도 증언 과정에서 위증했다는 지적이 있다.

◆ 정치적 파장은=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리크게이트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할 일이 많다. 앉아서 그런 걸 생각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고 대꾸했다. 백악관은 누가 기소되든 “부시 대통령은 잘못된 행위에 대해서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꼬리 자르기’식 대응으로 대통령을 보호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론이 그걸 용납할지는 미지수다. 민주당도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존 케리 상원의원은 이날 “그들(백악관 사람들)이 법적으로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는 확실치 않다”면서도 “하지만 그들은 미국을 잘못된 전쟁으로 이끌었기 때문에 역사의 법정에 기소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로브와 리비가 기소되면 부시 정권은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이 이라크 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해 비열한 짓을 한 것이 확인되기 때문이다. 이는 악화하는 이라크 상황과 더불어 이라크 전쟁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더욱 부채질할 가능성이 크다.

◆ 대배심이란=대배심(Grand Jury)은 법정에서 피고인의 유죄.무죄를 결정하는 일반 배심원(Jury)과 달리 검사의 수사 내용이 기소할 만한지를 결정하는 배심원들을 말한다. 그래서 대배심을 기소 배심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미국에선 검찰이 피의자나 참고인 등 관련자를 불러 수사할 권한이 없다. 따라서 관련자를 증인으로 소환하는 것은 배심원의 권리이고, 검찰은 배심원들 앞에서 증인에게 공격적 질문을 퍼부어 범죄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검사가 기소권을 독점하는 한국의 기소 독점주의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이다. 혐의자를 기소하려면 배심원의 단순 과반수 찬성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