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6.25가 내전이라고

노무현 대통령은 20일 캄보디아 동포 간담회에서 “우리가 옛날엔 식민 지배를 받고 內戰내전도 치르고 시끄럽게 살아 왔는데 지금은 여러 나라를 돕고 있다”며 6·25전쟁을 ‘내전’으로 표현했다. 21일 청와대 대변인은 “동족 간에 전쟁을 치렀다는 점에서 캄보디아와 같은 상처를 갖고 있다는 뜻에서 나온 말일 뿐”이라며 “前전근대적인 색깔론 잣대를 들이대지 말라”고 말했다. ‘같은 민족끼리 싸웠다’는 의미로 별 뜻 없이 한 말인데 뭐가 문제냐는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 가운데 6·25를 이야기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내전’이라는 단어가 튀어 나오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청와대 해명대로 정말 ‘별 뜻 없이’ 그랬다고 한다면 그것은 ‘6·25는 내전’이라는 개념이 대통령 머리에 그만큼 깊이 자리잡고 있다는 이야기다.

6·25는 400여만명의 인명 피해와 1000만명의 이산 가족을 낳은 우리 민족 史上사상 최대의 비극이다. 공산권 붕괴 이후 소련에서 쏟아져 나온 자료들은 6·25가 김일성의 침략전쟁이었다는 사실을 한 점 의문도 없이 보여준다. 북한과 이 나라의 눈먼 ‘수정주의’ 史觀사관 추종자들만이 6·25를 ‘통일을 위한 내전’이라는 ‘어거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그들은 그런 자신의 주장을 세계 학계에서는 내밀지도 못한다. 비웃음만 사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그런 역사관을 國內用국내용으로만 팔아먹고 있다. “남의 집 싸움인 통일 내전에 미국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전쟁은 한 달 안에 끝났을 것이다. 생명을 박탈당한 400만명에게 미국은 원수”라는 강정구 교수 같은 사람은 대한민국에만 있는 特異특이 존재다. 그들 사전에는 ‘南侵남침’이란 단어 자체가 없다.

‘6·25 내전’은 북한과 북한의 침략전쟁을 미화하기 위해 만들어낸 용어다. 우리 초·중·고 교과서 어디에도 없는 말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正體性정체성을 상징하는 대통령의 입에서 아무 뜻 없이 이런 말이 흘러나오는 것이 지금의 대한민국이다. ‘6·25는 내전’ 다음에 또 어떤 단어들이 들어 있을까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