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체결함의 증거 사라진 고도 6.2km로 밝혀져-

F-15K의 추락은 충격적이다.

국내에 도입된 지 8개월 만에 추락했기 때문이다.

◆ ‘전략 공군’ 시작부터 차질=F-15K는 한국 공군의 차기 주력 기종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최첨단 전투기에 속한다.

F-15K는 기존의 한국 공군 전투기와 달리 ‘전략적 기능’이 포함돼 있다. 정밀폭탄과 미사일을 탑재하고 연료의 재주입 없이 1800㎞의 반경에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군과 정부는 주변국과의 관계를 의식해 장거리 기동과 요격, 동.서해 상공에서 운용이 가능한 F-15K의 전략적인 의미를 밝히는 것을 금기시한다. 그러나 군사 전문가들은 그동안 한반도의 북부까지를 기동 범위로 대북 반격 위주로만 짜여 있던 한국 공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시작 단계로 F-15K의 도입을 해석해 왔다.

F-15K의 추락은 이 같은 군의 ‘동아시아 전략’에 심각한 차질을 가져올 가능성을 낳고 있다. 추락 원인이 기체 이상이나 설계 불량 등의 구조적인 것으로 드러나면 2008년까지 예정된 총 40대 도입 사업은 상당기간 늦춰질 수밖에 없다.

◆ 사고원인=F-15K 전투기의 추락은 미스터리다. 7일 오후 7시40분 대구기지를 이륙한 F-15K 3대는 공중훈련을 위해 포항 앞바다로 나갔다. F-15K 3대는 공격조 2대와 대응기 1대로 나눠 공중에서 쫓아가며 격추시키는 ‘요격훈련’에 들어갔다. 요격조 2대는 서로의 위치를 확인하고 공격하는 방법을 논의하면서 나머지 1대에 대한 요격에 들어갔다. 그런데 3대 가운데 1대가 갑자기 레이더에서 사라져버린 것이다.

추락한 F-15K가 사라진 고도는 1만8500피트(6.2㎞)였다. F-15K의 비행 특성으로 보면 이 정도의 고도에서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조종간에서 손을 떼면 전투기가 안정적인 자세를 갖춰 추락을 예방하는 것이다.

더구나 이날 사고가 발생한 F-15E 전투기에는 2명의 조종사가 타고 있었다. 두 조종석은 상호 보완 기능을 갖고 있어 두 사람이 동시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추락이 어렵다. 또 기체에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두 사람 가운데 한 명은 비상탈출 장치를 가동시킬 수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현재 공군은 사고기의 조종사가 탈출했다는 아무런 신호를 찾지 못하고 있다.

엔진 결함일 가능성도 있다. 기존의 F-15 계열 전투기에는 프랫 앤드 휘트니(PW)사의 엔진이 장착돼 왔는데 F-15K에 GE사 엔진이 처음 장착됐다. F-16에는 GE 엔진이 주로 사용됐다. GE 엔진이 F-15K에 처음 장착되면서 보조장치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지적이 F-15K 계약 당시에 제기됐었다. F-15E를 K형으로 개량하는 과정에서 전자장치 등을 바꾸면서 결함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8월 F-15K를 미국 세인트루이스에서 시험평가하는 과정에서 지시등의 오작동이 발생하기도 했다.

◆ 기체 결함 시 책임=F-15K 기체 결함으로 추락했으면 책임이 모두 제작사인 보잉에 있다. 그럴 경우 우리 공군이 도입할 F-15K에 대한 대대적인 검증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 추가로 도입할 20대에 대한 재검토도 이뤄질 수밖에 없다. 또 한국을 뒤따라 F-15K를 도입할 싱가포르도 고민에 빠질 전망이다.

(중앙일보)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채병건 기자
2006.06.08 04:54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