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자민당, 겉으론 ‘평화’ 속으론 ‘强軍부활’

日자민당, 겉으론 ‘평화’ 속으론 ‘强軍부활’
[경향신문 2005.10.30 18:37:07]

일본 집권 자민당이 정당 차원에서는 처음으로 자위군 보유 등을 명기한 개헌안을 내놓으면서 일본의 개헌 논의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일본 사회의 보수적 분위기에 힘입어 정치권의 개헌 논의를 활성화시킴으로써 오랜 숙원이던 ‘보통국가 일본’으로 탈바꿈하겠다는 의도다.

1947년 제정된 현행 일본 헌법은 2차대전 패전의 반성에서 출발하고 있다.

핵심개념은 두 번 다시 전화(戰禍)를 되풀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전문에 평화주의를, 9조에는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영구히 무력행사를 포기하고’(1항), ‘육해공군 및 기타 전력은 보유하지 않으며 국가의 교전권도 인정하지 않는다’(2항)고 규정했다.

일본이 그동안 ‘군’ 대신 ‘자위대’란 표현을 써온 것도 여기에서 연유한다.

자민당의 새 헌법안은 전쟁을 포기한다는 1항을 유지, 외관상 평화주의 계승의 뜻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기존 2항을 삭제하고 대신 ‘국가의 평화와 독립을 확보하기 위해 자위군을 보유한다’고 명시했다.

또 자위대의 임무를 일본의 평화와 독립, 국민 안전 확보는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 확보를 위한 국제적 협력을 할 수 있다고 명기, 해외 파병의 길을 명문화했다.

이는 군대를 갖지 않겠다는 지난 60년간의 기본인식을 180도 바꾼 것으로, 2차대전 전의 전쟁을 할 수 있었던 ‘보통국가’로 되돌아간다는 뜻이다.

그동안 논란이 됐던 집단적 자위권은 명문화하지 않았지만 ‘자위군’이라는 표현으로 행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집단적 자위권은 제3국이 공격을 받았을 경우 이를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 반격하는 권리로 일본은 그동안 ‘보유는 하되 행사는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안보문제와 별도로 정·교분리 원칙은 사회적 의례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으면 허용된다고 명시,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에 대한 헌법 논란의 근원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도 드러냈다.

자민당은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 냉전 종결 뒤 국제테러와 북한 핵문제 등 새로운 상황이 전개되면서 기존의 안보체제로는 일본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

해외 파병이 당연시되고 있는 현실과 헌법 간의 괴리를 메우기 위해서는 개헌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논리다. 실제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그동안 기회있을 때마다 “자위대는 군대”라는 주장을 펴왔다. 자민당은 자위대의 해외파병 때마다 헌법과의 정합성 때문에 변칙적인 특별법을 만들어야 했다며 개헌의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다만 자민당의 개헌안이 곧바로 개헌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미 임기내(내년 9월)에 개헌을 정치일정에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자민당 내에도 자위군을 받아들인다 해도 해외파병 범위 등을 둘러싸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공명당은 9조 개정 자체를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다. 야당 공산당과 사회당은 전통적인 개헌 반대세력이다. 야당 1당인 민주당 내에는 개헌세력이 적지 않게 포진해 있지만 자민당 주도의 개헌안에 따라갈 경우 자칫 ‘자민당 2중대’로 전락할 소지가 있다며 구체적 논의는 피하는 상황이다.

일본 전문가들은 “자민당이 자위군 보유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전쟁 포기를 규정한 1항을 유지하겠다는 것은 정치권과 여론의 9조 개정에 대한 반감을 의식한 것”이라며 “자민당은 이번 개헌안으로 분위기를 띄운 뒤 차기 정권에서 논의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